결혼준비·예절

[WEDDING STORY] 이제 핑크렌즈를 장착할 시간!

웨딩21뉴스_ 2022. 7. 26. 19:25

결혼에 이르기까지 혹은 결혼 후까지, 상대방을 향한 콩깍지는 얼마나 지속되는가?

콩깍지가 벗겨져 버린다면 그 사랑은 유지될 수 있을까. 호르몬과 의지 사이에서 결정되는 내 사랑의 영구성에 대한 신변잡기적 이야기. 

사진 : 웨딩21DB


영화 <결혼 이야기>의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이혼을 준비하는 부부다. 영화는 그들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묘사하는 대신 처절하게 이혼으로 치닫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극 중 이혼 후 아들이 말하는 그들의 ‘첫눈에 반한’ 이야기는 니콜이 찰리에게 연애 초반에 썼던 ‘내가 사랑한 찰리’라는 편지에서 알 수 있다.

니콜이 찰리와 2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는 편지 내용을 읽고 찰리는 눈물을 삼킨다. 영화는 두 배우를 통해 부부의 서로에 대한 애증, 미움과 후회 등의 감정이 파도처럼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혼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결혼의 소중한 의미를 보여주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수작(秀作)임이 틀림없다. 

니콜이 찰리를 향한 사랑에 빠졌던 단 2초의 시간에 그들의 세상은 온통 분홍빛이었을 것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장점만 보이고 단점은 보이지 않는 일명 ‘콩깍지가 씐’ 상태가 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핑크렌즈 효과’라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뇌에서 ‘페닐에틸아민’이란 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행복과 쾌감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핑크렌즈 효과의 유효기간은 약 900일이 최대치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인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결혼 이야기>의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달콤하다.

니콜과 찰리는 서로의 작은 장점까지 떠올리며 추억에 젖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과 잘 놀아준다. 배우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맞장구를 잘 쳐준다.’ 찰리가 기억하는 니콜의 장점이다.

이른바 ‘핑크렌즈’를 꼈던 당시의 찰리와 니콜은 심리학에서 정한 일정 기간은 넘겼지만 이내 삶에 찌들어 이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했을 것이다. 

물론 서로에게 콩깍지가 씌었음에도 결혼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커플도 꽤 많다. 카카오TV 드라마 <결혼백서>의 준형(이진욱)과 나은(이연희)의 이야기가 그렇다. 

드라마는 30대 커플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무렵 연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부터 예비 신부 주변인들의 촌철살인, 여자의 복잡한 심경 등이 현실감 있게 펼쳐지고, 결혼을 준비하거나 이미 그 과정을 겪었던 커플들의 고충과 다툼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연애를 어느 정도 했으니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당위성에 젖어 남자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서운해하는 여자의 모습도 등장한다.

준형과 나은은 아직 달달한 핑크렌즈가 씌어있어 싸우면서도 화해하고 눈물짓고 우당탕거리며 사랑해나간다.

그들에게 결혼은 그 핑크렌즈를 영원히 끼고 싶은 목표이자 정답이다. 영화 <결혼 이야기>의 니콜과 찰리도 준형과 나은처럼 사랑했고 행복했지만, 얼마 안 가 콩깍지는 벗겨지고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겼다.

결혼, 사랑,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스파크는 시대마다 사람마다 기간도 다르고 형태도 다양하다.

<결혼백서>는 코로나19로 발발한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 SNS 시대라고 명명해도 부족하지 않은 MZ세대의 세상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그런 만큼 덜 전통적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천태만상도 함께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장차 인류는 150세까지 문제없이 살고, 30세에 결혼한 후 무려 12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예측에 불과할 수 있지만, <결혼백서>의 준형과 나은이 30세에 결혼해서 12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의 예측대로라면 현존하는 결혼제도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게 아닐까?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의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전통적이지 않지만, 다분히 진부한 면모로 흐른다.

여주인공 아키하(세이노 나나)와 남주인공 모모세(켄타로 사카구치)의 다소 비현실적인 첫 만남은 이내 비현실적인 계약관계로 흐르고 어찌어찌하다가 흔한 로맨틱 드라마처럼 사랑에 빠진다.

모모세는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가리고자 그야말로 아무나와 결혼계약을 하고, 오히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오래 사랑하고자 한다. 

모모세에게 결혼이란 그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포장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물론 천방지축 여주인공의 등장으로 이런 가치관은 변하고 사랑에 골인한다는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요즘, 연애하기도 쉽지 않고 결혼하기는 더 쉽지 않은 세상이 됐는데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비대면이고 코로나19고 그다지 중요한 장애물이 아니다.

흔히 ‘불편러’도 많고, 까다로워진 젠더 의식이 견고해지는 요즘, 사랑 역시 복잡할 것 같지만 서로에게 ‘미치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단순하다.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던지, 사귀다가 상대에게 흠뻑 빠져들면서 핑크렌즈를 삽입하던지, 혹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세상의 파고에 시달리면서도 핑크렌즈를 빼지 않던지….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은 실패를 겪어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건 아마도 부부가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랑과 인간관계의 복잡다단한 본질이 아닐까.

심리학적으로 정한 900일의 기간이 지나기 전에, 지나고 나서 핑크렌즈가 벗겨지는 세상의 수많은 커플에게 묻는다면 과연 서로에 대한 콩깍지가 영원하다고 하는 커플이 그렇게 많을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이어가는 동안 핑크렌즈 대신 굳건한 믿음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조성되면서 더 큰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는 걸 거다.

단순히 호르몬의 영향으로 결정된 이 900일의 기간을 배려와 사랑과 이해로 재정의한다면 아마 무한정이지 않을까.

​​​​​​​일생 핑크렌즈를 끼고 살아가면 세상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일 것이다. 콩깍지의 한계, 이는 연인이건 부부이건, 이제 막 사랑의 호르몬을 던지고 있는 모든 이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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