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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가족의 의미 - 브로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친 ‘가짜’ 가족 in

웨딩21뉴스_ 2022. 9. 1. 09:00

[편집자주] 세상엔 지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단 한 명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결혼, 그리고 가족도 그렇다. 같은 결혼 생활도 없고, 같은 가족도 없다.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들. 보편성의 시선을 깨고, 가족이라는 참된 의미 아래 묶인 이들을 바라본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부쩍 ‘가족’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까지 가족의 일상, 구조, 역할, 심지어 위기까지 관찰하며 다룬다.

1인 가구, 핵가족이 많아지는 사회적 현상과 달리 가족의 본질 문제와 삶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중 가족의 이야기들을 담은 네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아직 작품을 못 본 사람이라면 이 점 주의하길. 


소영(아이유)은 처음 아이를 버릴 때 이후론 영화 30분이 넘어가도록 아이를 안지 않는다. 아무리 아이가 옆에서 울고 보채도 남들이 있을 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다 혼자 트럭으로 빠져나와 아이의 기저귀를 갈며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가가 익숙한 듯, 그 목소리는 꽤 다정하기도, 지루하게 들리기도 한다. 육아가 몸에 밴 듯한 목소리.

동수(강동원)는 소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우성이 일부러 안 돌보는 거지, 못 헤어질까 봐.” 이는 소영이 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성을 돌보지 않는지 확인시키는 장면이다. 

극 중 소영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인물 동수. 극 초반, 두 사람이 계속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들이 동일선상에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운동장의 오래된 문 앞에 버려진 아이였던 동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던 소영.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버리고 버려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동수는 어쩔 수 없이 살인하고 아이를 버린 소영을 통해 자신을 버린 엄마를 이해하고, 소영은 동수를 통해 버려진 아이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유대감을 쌓아간다. 

영화 중반부, 영화는 새로운 국면에 이른다. 가령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소영이라든지, 새로운 가짜 가족에 합류하는 해진이(임승수)라든지. 특히 해진이 합류하자마자 자연스레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상현(송강호)은 운전기사나 아버지, 동수는 남편, 소영은 아내, 해진이 동수와 소영의 첫째, 우성(박지용)이 둘째. 이들은 표면적인 정상 가족의 구성원을 모방한다.

감정적 변화도 크다. 전혀 웃을 일 없어 보이던 이 구성원들이 해진의 엉뚱한 행동들 때문에 서서히 웃게 된다. 순차적인 일마냥 표면적인 가족을 이루고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게 된다.

어느새 목적의식은 잊은 채, 진짜 나들이하는 가족처럼 웃고 있다. 웃을 일 없을 것 같던 소영이 웃고, 자신의 진짜 이름을 구성원들에게 밝힌다.

구성원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결국 결말에 다다를 땐 이들은 진짜 가족이 되어 서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 나름의 선택을 한다.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를 통해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 혹은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를 통해 혈연관계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서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어느 가족>(2018)에서는 혈연이 아닌 ‘가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브로커> 역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구성원들이 마음을 터놓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어느 가족>의 정서를 잇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가족에게 혈연은 어떤 의미인지, 아빠, 엄마, 자식 등 구성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역할 이외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가족을 꾸리는 데 핏줄의 인연은 필요한 걸까? 새로운 역할의 구성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의 궁금증이 아닌, 시대의 질문일 수도 있겠다. 

인간의 삶은 손가락 지문과도 같다. 결코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고, 결코 같은 인생은 없다. 문명이 진화할수록, 또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다양성은 더욱 넓어져만 간다.

그러나 사회 제도는 그런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영화는 픽션을 통해 법의 아이러니를 파헤치고, 이 시대에 맞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한다. 

“둘이 형제 같네.” 바다를 넘어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해진의 이름, 별을 향해 날아간다는 뜻을 가진 우성의 이름. 두 아이의 이름의 의미는 마치 형제처럼 닮아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했던 두 사람은 이미 가족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혈연이니, 서류니, 역할이니, 시간이니 그런 건 가족을 만드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서로를 위하느냐,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느냐가 중요할 뿐. 이 시대의 가족은 그렇게 탄생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 웨딩21뉴스 한혜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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