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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가족의 의미 - '경아의 딸' 알 듯 말 듯 어려운 모녀 관계 CASE 1

웨딩21뉴스_ 2022. 9. 1. 20:16

[편집자주] 세상엔 지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단 한 명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결혼, 그리고 가족도 그렇다. 같은 결혼 생활도 없고, 같은 가족도 없다.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들. 보편성의 시선을 깨고, 가족이라는 참된 의미 아래 묶인 이들을 바라본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부쩍 ‘가족’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까지 가족의 일상, 구조, 역할, 심지어 위기까지 관찰하며 다룬다.

1인 가구, 핵가족이 많아지는 사회적 현상과 달리 가족의 본질 문제와 삶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중 가족의 이야기들을 담은 네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아직 작품을 못 본 사람이라면 이 점 주의하길. 

사진 : 경아의 딸 ⓒ㈜인디스토리
사진 : 경아의 딸 ⓒ㈜인디스토리
사진 : 경아의 딸 ⓒ㈜인디스토리


성년이 된 지 한참 지난 딸은 직장을 핑계로 엄마에게서 독립한다. 따로 집을 얻어 서울살이를 하고, 짬 나는 주말에나 엄마 집에 들른다. 이젠 ‘우리 집’이 아닌 엄마의 집을.

엄마는 혼자 사는 딸을 늘 걱정한다. 뉴스에서 흉흉한 사건이라도 보게 되면 딸 생각부터 난다. 너무 늦은 밤 돌아다니지는 않는지, 위험하진 않은지.

독립 첫날, 엄마는 딸에게 영상통화로 집에 누군가 없는지 꼼꼼히 보여달라고 한다. 딸 가진 엄마의 흔한 걱정이지만, 딸에게는 종종 버거운 간섭이 된다. 

세상에 가장 흔한 모녀의 모습이 아닐까.

혼자 사는 딸을 걱정하고, 어린아이처럼 미덥지 않아 간섭하는 엄마.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따르지만, 내심 귀찮아하는 딸자식. 여느 집들이 그러하듯, 엄마와 딸은 사랑 뒤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가족이라면 생을 마칠 때까지 이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때로는 자각하지 못할 때도 많고. 엄마 경아(김정영)와 딸 연수(하윤경) 역시 보통의 집안처럼 불편한 감정들은 덮은 채 평범히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딸의 불법 촬영 영상 유출 사건으로 인해 모녀의 감정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연수의 남자친구는 헤어지자는 연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교제 당시 찍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유포한다.

첫 번째 동영상 전송 상대는 바로 연수의 엄마인 경아. 악질적인 범행에 분노가 치미는 것도 잠시, 경아는 또 다른 비참한 감정에 빠지고 만다.

내 자식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이런 동영상을 찍었을까, 내게 왜 거짓말을 했을까. 경아는 홀로 끝없는 상념에 빠지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탓하는 말로 연수에게 상처를 낸다. 

연수는 이 일을 계기로 엄마에 대한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나를 키워왔던 엄마라는 존재를 그저 동정으로만 이해했던 건 아닌지, 내가 엄마를 이해하는 만큼 엄마도 나를 이해해왔는지 말이다.

세상에 둘밖에 없다고 불편한 감정을 억지로 참아온 건 아닌지. 연수는 안다. 엄마가 말하는 “다 내 탓이야”는 진짜 자신을 탓하는 말이 아니란 걸. 힘든 감정을 파고들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 엄마의 마법 같은 주문이라는 걸.

경아 역시 딸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경아에게 상처 입은 연수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경아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경아는 연수가 홀로 사건을 해결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연수는 경아의 생각보다 자기 삶을 챙길 수 있는 어른이었다. 경아는 그간 연수를 어린아이로만 착각한 것은 아닌지, 사실 자신의 삶을 버티게 해준 건 연수였다는 걸 깨닫는다. 

종종 엄마에게 자존감을 빼앗기는 딸이 있다. 수많은 잔소리 중 특히 “여자애가~”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어떤 엄마는 딸의 체중에 간섭하고, 딸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등 자신이 바라는 딸의 모습을 강요한다.

먹여주고 입혀줘야 하는 어린 시절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성인이 된 딸에게 엄마의 말은 지겨운 잔소리와 귀찮은 간섭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딸들이 엄마를 싫어하게 되진 않는다. 엄마들의 잔소리에는 자식이 예뻐 보였으면 하는 애정이 깃들어 있고, 자식이 위험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걱정을 바탕에 둔다는 걸 잘 안다.

그저 엄마가 살아왔던 시대와 딸이 살아갈 시대의 기준이 다를 뿐. 딸은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고 있다. 

경아와 연수 역시 마찬가지다. 경아는 끔찍한 범죄를 당하고 혼자가 된 연수를 누구보다 걱정한다. 연수에게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한다. 연수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된 엄마에게 누구보다 미안해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 준 엄마에게 누구보다 실망한다. 이는 서로를 너무나 믿고 사랑했기 때문에 느끼게 된 감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은영은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육의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다.” 자식의 독립은 그저 몸이 떨어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신적 독립이다. 또한, 자식만의 일방적 독립이 아니라 부모의 독립도 필요하다. 자식은 혼자서 세상을 살 준비를 해야 하며, 부모는 자식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줄 아는 어른임을 자각해야 한다. 

끔찍한 범죄를 겪었지만, 연수는 정당하게 재판을 치르고 잔혹한 삶을 이겨낸다.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특히 이로써 연수는 엄마에게서 ‘완전한 독립’을 이뤄냈다.

그동안 묻어뒀던 불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꺼내도 봤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알게 됐다. 보살핌과 이해, 각자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던 모녀는 서로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연수는 가장 어려운 모녀의 관계를 풀어내며 진짜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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