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스북에서 작가 Junse가 지은 <말장난 - 태어나버린 이들을 위한 삶의 방법론>을 출판했다.
말장난 - 태어나버린 이들을 위한 삶의 방법론
▷ 책소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짓눌러 써내려간 글. 한번도 스스로 작가라 생각해본 적 없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어 대신 토해낸 글은 어느새 책 한 권이 되었다.
태생적으로 불안했다. 누구에게도 형용할 수 없던 고통을 잠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창조한 말장난뿐이었다. 삶과 죽음, 존재의 가치, 언어의 한계, 사랑과 배신, 망각과 용서를 노래하며 아주 오랜 시간 외로움을 짓눌렀다.
< 말장난>은 가장 날카롭고 예민하던 20대, 삶의 희노애락에 휘둘리며 작가가 써내려간 기억의 파편에 대한 이야기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다스리기 위해 집필했던 <명상록>처럼 작가 또한 “누구에게 보여준 적 없이 나만을 위해 썼던 글”을 엮어 탄생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기정체성이 굳어지던 시절 작가의 성장록이며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깨부수고 세상에 새롭게 던져진 탄생록이다.
처음부터 엔딩까지, 작가는 강박적 불안과 절망에서 힘없던 시절의 자신을 배신하고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세상의 방법론을 찾아가며 적응해가는 여정을 묘사한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에 결국 자신이 앞서 써내려갔던 모든 글들이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했고, 이 모든 것을 망각하고 새로운 세상 속에 새롭게 탄생했음을 선언한다.
그는 결국 자신의 “말장난”을 배신하며, 대신 태어나버린 이들을 위한 추모를 올린다.
▷ 책속으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나를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귀찮았고, 누군가의 인정을 크게 갈구해본 적 없으니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나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나를 이해받고 남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은 욕구도 욕망도 없었다. 오히려 말이란 하면 할수록 후회만 쌓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살과 살이 닿아 꼭 껴안고 있는다. 눈물을 삼키는 법이 아니라 목놓아 우는 법을 배운다. 내 옆에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있음을 위안으로, 마지막 응어리까지 뱉어내도록 축적되어온 응어리를 토한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내 옆에 따스한 온기가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상기시킨다. 눈앞의 휘청거리는 불씨에 장작을 보탠다. 화르르 타오르지는 않아도 은은한 불빛이 고요히 어둠을 밝혀준다.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 춤추는 불꽃에 내가 비친다. 타닥타닥 타는 장작 속에 검게 그을려 춤을 추는 내가 있다. –“수용2” 중에서.
머무름이 있고, 떠남이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결국 월화수목금토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분침과 시침은 시계 한바퀴를 돌아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분명 떠났지만 머물러있다.
분명 머물러 있지만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쌓여가는 시간 위에 묻혀 버렸는지도 모른다. 부재라고 생각하지만, 단지 잠시 눈 밖에 났을 뿐이다. 머물러있다. 그러면서 떠나보낼 수 없는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머무름과 떠남” 중에서.
종종 빨리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주름살이 패이고, 검버섯이 피고, 손등이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된다. 단지 멀찍이서 세상을 바라보며 지혜를 속삭이고 있는 나이의 내가 있다.
더 이상 오늘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에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도 세상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안흔ㄴ 나즈막한 노인. 세상 모든 것을 가슴으로
껴안고, 눈빛 닿는 곳마다 사랑이 묻어나오며, 깊은 주름만큼 잔잔히 퍼지는 미소에 나는 오래도록 찾던 삶의 의미과 숭고함을 찾을 것이다. –“노인” 중에서.
한 번 팽창된 세상이 다시 수축되는 일량 없어야 할 것이다. 늘어난 시간이란 고목의 나이테 같은 것이지, 탄력성을 잃은 고무줄 따위가 아니다. 거울 속에 갇혀 살았던 시간도, 유리알을 깨고 나왔던 순간조차 함부로 지우지 마라.
기억은 퇴색하고 추억은 미화된다. 하지만 그 타들어가는 시간만이 새로운 시간에게 길을 내줄 것이다. 세상의 테두리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었던 듯, 시간의 세례를 받고 새로운 구원의 길이 열린다. -“팽창된 세계” 중에서.
자궁을 찢고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 존재하기 이전의 시간이다. 알듯 모를듯한 웅웅거림이 퍼지는 표정이 탄생하기 이전의 공간이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람의 눈빛이 읽히고, 그 사람의 숨결이 느껴진다. 앞으로 태어나서 아주 많은 말과 생각을 나눌 그대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온몸으로 교감한다. –“탄생”중에서.
▷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작가가 스스로 탄생시키고 고립시켰던 자신의 세상을 파괴하고 나오는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행복하고 무지했던 시절의 자신을 억지로 세상 속에 떠밀며 단 한번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의 페르소나를 파괴하고 결국 자신이 기록해온 말들을 배신하는 이야기다.
서사성이 담긴 성장록과 산발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른 에세이라는 장르 사이에서 <말장난>은 태생적으로 불안했던 작가가 자신의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이고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다.
삶과 존재 자체가 고통으로 다가온 그에게 그는 윤회마냥 반복되던 자신이 창조한 시간과 우주를 깨고 나오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던 모든 것들을 배신하는 여정에 오른다.
어쩌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닮은, 또 어쩌면 파울로 코엘료를 닮은, 그리고 또 어쩌면 비트겐슈타인을 닮은 작가의 철학과 사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깊게 사유하고 고민했음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자신만의 언어와 세상을 탄생시키고, 결국 궁극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을 배신하고 파괴하는 새로운 탄생에 이르는 그의 모습을 보며, 피토해내듯 써내려간 말들을 어째서 결국 하나의 “말장난”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과거의 자신의 죽음은 또 하나의 탄생이자 시작이요, 그리고 구원이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깨부수고 깨어나오고, 넘어지고 또 일어나 달린다. 인간의 이성적, 감성적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살아나간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인간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따위가 궁금했다. 온몸으로 부딪히고, 온몸으로 뛰어오른다.
깨고 나오고, 절망하고, 또 다시 일어나 세상의 빛을 온몸으로 맞아라. 윤회 마냥 반복되는 이 삶 속에서 나는 마침내 부끄럼없이 나를 드러내는 법을 배울터이니.
믿어라. 그리고 행동하라.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힘껏 껴안되, 그것들을 떠나보내는 법에도 익숙해지거라.
홀로 마주하는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지나가는 순간순간 또한 무한히 감사할 줄 알아라. 세상의 만사는 무엇 하나 빼놓을 것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라. -“한계과 극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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