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자쪽에서 폐백을 하고 남자쪽에서 이바지를 하는 거'라고 하셨지만 그건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원래 '이바지'란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보내는 '잔치음식'을 말합니다.
왜 잔치음식이라고 할까?
왜 그런가 하면요. 옛날엔 혼인잔치(오늘날 결혼식)를 신부의 집에서 했거더요.
신부집에서 결혼식을 하고 난 후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가게 되는데 그걸 '신행(신혼여행이 아님)'이라고 했습니다. 신행갈 때 신부집에 잔치를 했던 음식을 갖고 가는 것이 '이바지'입니다.
물론 잔치 때 먹다 남은 음식은 아니랍니다. 이바지는 온갖 정성을 다해서 따로 마련해서 가는데, 오늘날의 이바지 음식량에 비하면 엄청나게 더 많았습니다.
왜 신부집에서 신랑식구들 잘 먹일려고 그런 음식을 해다 갖다 바쳤느냐?
물론 이바지를 보내면 신랑식구들이 먹게 되지만 사실은 신랑식구들 잘 먹일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그럴 맘도 없었을 것입니다만 딸이 시집으로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에는 처음으로 부억에 들어가서 시부모님 아침밥을 지어 드려야 되는데 그게 아무렇게나 해선 안되겠지요?
평소 시집가기 전에 제대로 부엌일을 배웠으면 모르지만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딸 키우는 어머님들이 딸에게 일을 잘 안시키거던요. 그래서 반찬은 물론이거니와 밥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딸이 시부모님 아침밥을 지어 준다고 상상을 한번 해 보십시오. 친정 어머님 아마 딸 걱정에 잠도 못 주무실 겁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미리 음식을 장만하여 딸이 신행갈 때 싸서 보냈던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내는 음식을 곧이 곧대로 '우리딸 수고를 들기 위해서'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지냈던 잔치음식을 좀 보내니 드리기 바람다'란 이유로 보냈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좌우간 친정 어머니의 그런 배려도 갓 시집간 딸은 며칠 동안은 시부모님 진지를 지어 드리는데는 별 걱정이 없었을 것입니다. 곧 '이바지'란 '친정 어머니가 딸을 생각하는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폐백'은?
그렇게 신행을 가서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며 '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며느리서약을 하고 시부모님은 '오냐 알었다.
아들 많이많이 낳아서 우리 집안의 대를 잇거라' 하고는 며느리로서 정식으로 임명을 하고 그 증거로서 며느리 치마폭에사 대추와 밤을 던져 주는 것이 곧 '현구고례'인데, 그렇게 중요한 의식에서 '예물'이 빠질 수가 없겠지요. 그게 바로 '대추, 밤, 육포, 닭'으로 이루어 지는 '폐백'이란 겁니다. 그러니까 '이바지'와 '폐백'은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거의 동시에 전해지는 음식과 예물입니다.
아들 많이많이 낳아서 우리 집안의 대를 잇거라' 하고는 며느리로서 정식으로 임명을 하고 그 증거로서 며느리 치마폭에사 대추와 밤을 던져 주는 것이 곧 '현구고례'인데, 그렇게 중요한 의식에서 '예물'이 빠질 수가 없겠지요. 그게 바로 '대추, 밤, 육포, 닭'으로 이루어 지는 '폐백'이란 겁니다. 그러니까 '이바지'와 '폐백'은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거의 동시에 전해지는 음식과 예물입니다.
여기서 잠깐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 새며느리가 시보모에게 며느리신고식(현구고례'을 마치고 정식으로 그집안의 며느리로 임명이 되고 나면 시부모가 며느리에세 '큰상'을 내립니다. '큰상'이란 건 잘 했다고 크다란 상을 준다는 뜻이 아니고 크다란 상에 차린 음식상을 말합니다. '큰상'이란 음식의 높이가 30센티이상 되도록 쌓아 올린 것을 말합니다.
뭔 음식을 30센티씩이나 쌓아 올려??
왜 회갑잔치나 돌잔치할 때 대추며, 밤, 사과, 배, 과자 등등 상 앞쪽으로 높다랗게 쌓아 올린 것 보셨을 겁니다. 그런 걸 큰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큰상을 아무 때나 받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여자의 경우 처음 시집가서 큰상을 한번 받고 나중에 회갑잔치 때 한번 받는 등 일생에 두번정도 받아보는 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며느리에게 내리는 큰상은 당연히 시부모님이 장만을 하는 겁니다.
좌우간 큰상이든 작은상이든 며느리가 받게 되는 음식인데, 이건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음식은 아니고 단지 자기네 새 식구인 며느리에게 주는 음식입니다. 따라서 요즘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음식이 이 음식일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랑쪽에서 신부쪽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느냐?
물론 신랑쪽에서 신부쪽에 음식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신랑이 결혼식을 하러 신부집으로 갈 때 빈손으로
'X알 두개'만 차고 가는 것은 아니고, 신부집에서 잔치를 할 때 쓸 수 있는 음식을 장만해 갑니다만 이런 경우에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주로 과일류나 한과류, 엿, 고기류 등 잔치음식을 차리는데 필요한 음식재료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두번째는 그렇게 며느리가 시집을 와서 살다가 처음으로 친정나들이를 가게 되는데 그걸 '근친' 또는 '재행'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며느리가 첫 친정을 갈 때는 시어머니가 음식을 장만해 줍니다. 아마 이게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공식적인 음식일 것입니다.
따라서 요즘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음식'은 이바지는 아니고 '근친음식' 또는 '재행음식'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바지'는 '잔치음식'이란 뜻인데, 신랑쪽에서 잔치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잔치음식을 보낸다는 건 안 맞지요.
따라서 요즘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음식'은 이바지는 아니고 '근친음식' 또는 '재행음식'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바지'는 '잔치음식'이란 뜻인데, 신랑쪽에서 잔치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잔치음식을 보낸다는 건 안 맞지요.
신부쪽에서 신랑쪽에 보내는 '이바지'는 언제 보내고
반대로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근친음식'은 언제 보내느냐?
위에서 대충 그 순서가 나와 있습니다만 요즘 신식결혼에 적용을 한다면 '이바지'는 결혼식 하는 날 신랑집으로 배달을 하면 되고 '근친음식'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올 때 먼저 친정에 들리게 되는데 그날을 맞춰서 배달이 되게끔 하면 될 겁니다.
아니면 신혼여행 마치고 돌아 오는 날 '근친음식'을 먼저 보내고 친정(처가)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시댁에 인사를 가야 하는데 그 때를 맞춰서 이바지를 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제안을 드린다면... 요즘 예식장에서 '현구고례(폐백올릴 때)' 때 친정부모에게도 절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주장을 하시는 신부들이 늘어나는데, '현구고례'란게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목적이 다른데 있는 겁니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친정부모님께 절을 한다는 건 격에 맞지도 않으며 절을 받는 쪽에서도 별의미가 없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친정부모님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근친음식'을 폼나게 상을 차려놓고 두 부모님을 상앞에 앉으시게 한 후 신랑신부가 나란히 큰 절을 올리면 아주 그럴 듯하고 폼도 나고 시댁식구들 눈치안봐서 좋고 장인 좋고, 사위 좋고 그래서 딸은 덩달아 좋고 ^ ^ 친정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는 때와 벙법을 정식으로 제안을 드리는 바입니다.
아마도 새로운 결혼문화를 하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글. 紫微垣 / 이미지 . 예담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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