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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스타일리스트 김경미의 부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이 모여 그럴듯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는 리빙스타일리스트 김경미. 그녀의 작업실 한쪽에 마련된 부엌은 부엌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깝다. 끊임없이 사람이 드나들며 함께 일하고, 부대끼고, 때때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어서 무엇보다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그의 바람에 따라 감각을 살려 꾸민 그녀의 부엌은 과연 멋스러운 정크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유럽풍 부엌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목을 구입해 만든 선반과 아일랜드 테이블. 먼저 합판으로 전체적인 외곽을 잡은 다음 높이에서 1/3지점에 고목 크기에 맞춰 자른 후 고목 테이블을 넣고 고정한 뒤, 1cm로 켜온 나무를 잘라 타커로 박아 만들었다. 싱크대로 쓰고 있는 상판은 타일로 마감해 물 쓰기에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낡은 고목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은 옛날 학교 의자와 유럽 스타일의 패브릭 의자가 한결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수 박혜경의 부엌
무대 위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에너지를 발산해내는 박혜경. 그녀의 부엌은 살림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친구를 초대해 간단한 요리와 함께 와인을 즐기거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때때로 초를 밝히고 향을 피운 채 가사를 쓰는 곳이다. 옷은 물론 집 안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믹스&매치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부엌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빨간색 나비장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고목 테이블.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포인트 하나 없는 화이트 일색의 부엌에 자리 잡은 오리엔탈 가구가 공간의 색감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고목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이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좌식 테이블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오리엔탈 감각으로 이끄는 포인트. 그녀가 자주 들르는 이태원의 ‘토왕’이라는 인테리어 숍에서 별다른 용도가 없다며 버리려던 것을 얻어온 것이라고. 집 전체 컨셉트가 오리엔탈이고 개인적으로 좌식을 좋아해서 부엌 한쪽에 식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배치해놓았다. 고풍스러운 물건들이 의외로 모던한 부엌과 잘 조화되고 있다.
요리연구가 김노다의 부엌
하루의 일과가 부엌에서 시작된다는 요리연구가 김노다에게 부엌은 언제나 분주한 일터이자 마음 푹 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맛과 빛깔을 찾아내며 창작열을 불태우는가 하면, 때때로 지인들을 초대해 만찬을 마련하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쓰이기 때문. 더욱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아내와 함께 일하는 그에게는 부엌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전천후 역할을 해내는 이 부엌의 포인트를 김노다는 아일랜드 조리대에서 찾았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그의 직업에 기능성을 더하는 것은 물론, 요리 공간과 식사 공간을 적당히 연결해주는 아일랜드 조리대 덕에 분주히 일하면서도 손님과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요리를 업으로 삼는 만큼 기능성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는 그의 부엌에는 필요에 따라 손수 만든 선반과 동선을 고려한 수납력을 갖춘 빌트인 키친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언제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그는 자신의 부엌 자체가 ‘행복’이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디저트 작가 백오연의 부엌
패션 멀티숍이 펼쳐지는가 하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하고, 한쪽에는 사무실이, 또 한쪽에는 예쁜 부엌이 펼쳐지는 ‘아틀리에’. 패션과 광고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요리,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쓰는 공간에 자그마한 부엌을 마련한 디저트 작가 백오연은 이 아틀리에의 부엌을 창조의 근원지라 불렀다. 각각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감각 있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하다 보면, 뜻밖의 요리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한다고.
깨끗하고 청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정했다는 그녀의 말처럼 키친에이드나 오븐, 커피메이커까지 거의 모든 아이템들이 베이지나 화이트톤으로 통일되어 있다. 여기에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아틀리에와 잘 어울리도록 자연스럽고 진한 색감의 원목 가구나 선반을 함께 매치했다. 또한 긴 아일랜드 조리대를 부엌 앞쪽에 놓고 그 아래에 가로형으로 높이가 낮은 업소용 냉장고를 설치해 작업 효율성과 비주얼을 함께 높였다. 빈 소스병 뚜껑에 구멍을 뚫어 손수 만들었다는 등은 그녀의 부엌이 얼마나 창조적인 공간인지를 실감케 하는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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