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행복한 컬러링
남편을 처음 만나던 날........진한 핑크와 초록이 짝이 되다.
cherry pink & verdant green
남편은 처음 만나던 날 광화문 사거리를 무단 횡단하여 교보문고 옆 철쭉을 꺾어 나에게 불쑥 건넸다. 당황해 얼른 진재킷의 윗주머니에 구겨 넣었는데 월요일 출근할 때 발견하고는 살포시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남편의 프러포즈를 받던 날.......오렌지 불빛이 춤을 추다.
orange spark
남편은 두 번째 만나던 날 백열등이 여러 개 반짝이는 포장마차에서 프러포즈를 했다.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순박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신혼 첫날 밤........블랙과 화이트가 조화를 이루다.
tuxedo black & snow white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의 침대 위 하얀 베드 린넨을 등지고 커다란 창 너머의 먼 칠흑 같은 바닷가의 어둠을 보며 와인 잔을 부딪쳐 붉은 울렁임을 만들었다.
큰아이를 낳던 날.........분홍빛 아이와 만나다.
sunny peach
‘아이를 낳는 것은 두 마을이 한 마을 되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하늘이 노래지도록 배앓이를 하며 짧지 않은 고통을 겪고서야 큰아이를 만났다. 그렇게 만난 아이를 마주하고는 그저 행복한 푼수엄마가 되어버렸다.
큰아이 유치원에 입학하던 날.......노란 꽃들을 새롭게 보다.
fresh yellow
이모에게 선물 받은 노란색의 프리지아를 전에도 봤던 것처럼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던 아이. 한 아름의 프리지아 꽃을 든 아이는 기다리던 따뜻한 봄날을 알리는 전령처럼 사랑스러웠다.
작은 아이의 임신을 알던 날.......색색이 섞인 프루트펀치를 한잔.
kiwi fruit & pineapple, watermelon, cherry red
남편이 임신 소식을 듣고 퇴근하며 꽃을 한 아름 들고 나타났다. 그 때 받은 꽃보다 아름다운 꽃은 내가 기억하는 한 없다. 꽃가게에 남은 꽃을 모두 쓸어안고 나타난 남편은 프루트펀치를 담은 볼을 연상시켜 웃음짓게 했다.
작은아이를 낳던 날.......까만 구슬이 구르다.
obsidian
아이가 겨우 세상에 나와 처음 뜬 얇고 연약한 눈꺼풀 안에서 천천히 구르던 눈동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까만 보석처럼 빛났다.
큰아이가 학교에서 첫 상을 받던 날.......새벽의 파란 대지처럼 꽉 찬 하루.
dawn blue
흔하게 주는 상인지 알면서도 아이가 가방에서 꺼내 건넨 상장을 받아들고는 왠지 가슴이 꽉 차 울컥하여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리고는반나절을 엄마인 내가 더 우쭐해서 목을 곧추세우고 축하 인사를 받으려 전화통 앞을 지켰다.
작은아이 독주하던 날.......곱슬머리 꼬마와 갈색의 작은 바이올린이 조명을 받다.
silky black & forest brown
작은 음표를 보기위해 애쓰던 작은 아이는 결국 시력이 많이 떨어져 엄마를 안타깝게 했다. 그렇게 애를 써 오른 무대에서 아이는 무사히 연주를 마쳤고, 자신의 갈색 작은 바이올린을 겨드랑이에 끼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모습에 습관처럼 목이 따끔거렸다
큰아이가 중학교 졸업하던 날.......엷은 잿빛 하늘.
retro grey
중학교 3학년 내내 황당한 일들로 피곤해 했던 아이의 졸업식, 아이와 내가 지났던 길지도 짧지도 않은 터널의 끝은 희망을 갖게 했다. 큰아이의 엷은 미소는 그 날의 진한 회색 구름과 따뜻한 봄볕의 모순된 만남이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알게 했다.
작은 아이가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던 어제.......상큼한 레몬의 따뜻함.
lemon yellow
원더걸스의 텔미 춤을 가르쳐 달라는 엄마를 위해 시범을 보이고 자신을 따라하는 어정쩡한 엄마의 몸짓에 박장대소하는 아이. 행복하다......
결혼은‘나’와‘가족’이라는 원색의 배합으로 암담한 회색(pessimistic grey)을 만들기도 하지만, 서로의 작거나 큰 노력으로 행복한 오렌지색(happiness orange) 이나 더 없이 행복한 분홍색(blissful pink) 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 색은 기억 속 순백 웨딩드레스에 그려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결혼은 행복한 컬러링이다.
글|장화영
좋아하는 것도 많고, 싫어하는 것도 많다는 장화영 작가는 카메라가 좋아 사진을 배웠고 여행을 좋아해 여행 잡지사에서 근무했다고 말한다. 커머셜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한 그녀는 결혼해 큰아이를 낳은 한 달 뒤 프리랜서 포토그래퍼가 되었고 현재는 도시 공간에 사진 이미지를 접목시키는 감성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엔 <엄마의 카메라>라는 저서를 출간해 카메라를 통한 가족의 행복에 대해 대화하길 시도하고 있다.
월간 웨딩21, 여성섹션 웨프(Wef), 한국결혼박람회 (http://www.we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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