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예절

[웨딩토크] 저가 결혼식의 함정

웨딩21뉴스_ 2016. 6. 10. 13:49

저가 결혼식의 함정


당신은 진정 '저렴한 결혼식'을 원하는가? 웨딩 시장의 가격이 허물어졌다. 이제 우리는 정말 '합리적인 결혼식'을 하게 된 걸까.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말에 지갑이 열리는 시대는 지났다. 수년간 지속된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졌고, 웨딩 시장의 가격은 점차 내려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신랑신부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제 그들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통해 세계적 디자이너의 신작 웨딩드레스를 구경하거나 수십 개 스튜디오 및 웨딩홀을 비교할 수 있다.

고급스러워진 고객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웨딩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드레스숍은 값비싼 수입 원단으로, 스튜디오는 데이트 스냅으로 눈을 돌렸다. 웨딩홀은 2~3년에 한 번씩 거액을 들여 리모델링을 감행했다. 시장은 성장했고 소비자는 만족했다. 하지만 웨딩업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황을 호소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결혼식 자체가 줄었다. 이 현상에는 ‘허례허식’이라 불리는 웨딩업계의 폐단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임을 고스란히 웨딩업계에 묻는 것은 다소 부당한 처사다.

결혼율 저조에는 경기 불황을 비롯해 가치관 변화, 늘어난 평균수명까지 다양한 사회·인문학적 요소들이 작용한다.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 혹은 결혼이 어려운 이유가 오로지 ‘비용’이 되면서 모든 화살은 웨딩업계로 돌아왔다. ‘제 살 파먹기식 저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예비부부들은 합리적인 결혼식을 꿈꾼다. 이런 니즈를 반영한 것이 바로 웨딩 컨설팅 업체다. 이들은 그동안 ‘웨딩플래너’라는 전문 인력을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정보를 전달하여 결혼 준비의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되자 컨설팅의 매력은 급감했다. 그 결과 ‘다이렉트 웨딩’이 탄생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웨딩플래너 인건비와 기타 광고비를 제외한 합리적인 가격’. 다이렉트 웨딩을 통해 소비자들은 발품을 파는 대신 인터넷으로 견적을 문의하고, 플래너의 취향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얼핏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변화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시장 또한 지나치게 단기간에 팽창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던 컨설팅 업체와의 경쟁까지 더해져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졌다.처음 이들이 내세웠던 대로 인건비와 광고비를 제외하는 것만으로는 가격경쟁력이 부족했다.

결국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이런 업체들은 불필요한 요소 외에 다른 것까지 줄여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드레스숍, 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숍, 웨딩홀 등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희생을 치러야 했다. 소위 말하는 최저 비용이 무너진 탓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웨딩 시장에서 이루어진 양적·질적 성장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좀 더 잘 어울리는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원하는 결혼식 장소 등을 고를 수 있게 되기까지 적어도 한 세대가 자라날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서양의 결혼식을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K-웨딩’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지금, 무차별 가격경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보이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업자들은 ‘보이지 않는 원가’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좋은 상품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가격표로 교묘하게 가려진 진실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에디터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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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웨딩21 웨프 http://we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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