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禮緞)은 원래 신부가 시부모님께 '예물(禮物)로 드리는 비단(緋緞)'을 뜻한다. 비단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 즉
명주실로 짠 옷감이기에 흔히 명주(明紬)라고도 한다.
요즘은 명주나 비단이라고 하기보담 실크(SILK)라고 부르는게 더 일반적이
되었다. 실크 즉 비단 옷은 요즘에도 결코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다. '명주 옷고름만 매도 사촌까지 따뜻하다.'는 말이 있듯이 비단 옷은
촉감이 부드럽기도 하지만 보온성이 뛰어 나서 주로 동절기에 입었던 옷이다.
촉감과 색감, 보온성은 뛰어 나지만 내구성은 별로 좋지
않으며 가격이 워낙 비싼 옷감이라서 육체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하루 종일 폼만 잡으면 되는 돈많은 부유층 양반들이나 주로 입던 옷이며 일반
서민들은 값도 값이거니와 일하는데는 별로 실용적이 못되어 일반 서민층에선 주로 목화에서 실을 뽑아서 짠 무명옷을 주로 입었다. 이처럼 평소에는
입어보기가 힘든 비단 옷이지만 아들 장가보내 며느리 볼 때는 한벌 쯤 해 입을 만하지 않겠는가.
예로 부터 혼례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하여 사람이 살아 가는 동안에 가장 경사스런 날로 여겼다. 그래서 신랑은 양반네 벼슬아치들만 입던 옷차림인
사모관대며 신부는 왕비의 평상복인 녹원삼에다 족두리도 혼례식 때만큼은 일반 서민 신랑 신부들이 한번 입어 볼 수 있도록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허락을 하였는데 그게 바로 전통 혼례씩 때의 신랑 신부 옷차림인 혼례복인 것이다.
요즘 신식 결혼식을 하는 분들도 폐백을 드릴
때는 그런 복장을 하게 되는데, 요즘은 도가 지나쳐서 아예 신랑은 임금의 옷차림(곤룡포)을 신부는 왕비의 대례복 옷차림도 하곤 하는데, 옛날에
만약에 그런 옷차림을 했다간 첫날밤도 못 보내고 곧장 황천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것이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며느리 보는데 시부모도
이참에 평소에 못입던 비단 옷 한벌쯤은 해 입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큰 맘 먹고 시장통 주단집에 가서 땟갈 좋은 놈으로 골라서 시어머니
시아버지 옷감을 한감씩 끊어서 시어머니, 시아버지 몸치수를 재어서 옷감과 함께 신부집으로 보냈던 것이다. 신부집에선 그 비단을 받아서 온갖
정성을 다해서 시어머니, 시아버지 옷을 지었다.
원래는 신부가 직접 바느질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시부모가 단지
옷을 해 입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번거롭게 굳이 옷감을 끊어서 신부집에 보낼 필요없이 자기네 동네서 바느질 솜씨가 좋은 아낙네에게 부탁을 하면
수시로 한번 가볼 수도 있고, 중간중간 간섭도 좀 하고... 더 나을 것은 당연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신부집에 보낸 것은 옷도 옷이거니와
며느리감의 바느질 솜씨를 보고자 함이다.
시댁의 그런 목적을 눈치 못챌 신부집도 아니다. 그래서 신부집에선 그냥 곧이 곧대로
신부가 직접 옷을 지을리가 만무하다. 역시 신부네 동네에서 바느질 솜씨가 가장 뛰어난 아낙네에게 옷을 지어 줄 것을 부탁한다. 자기네 동네서
솜씨 좋은 사람이 없을 때는 이웃 동네에라도 보내서 최대한 옷을 멋지게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은 옷을 시댁에 보내는데,
달랑 옷만 보내는 것이 좀 뭣하여 시부모님께 드릴 몇 가지 선물을 더 장만하여 함께 보내는 것이다. 시댁에선 그렇게 신부집에서 예단을 보내오면
일가 친척은 물론 온 동네 사람들이 그 비단 옷을 보고서 '며느리 바느질 솜씨에 감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며느리의 솜씨던가요.
그렇게 속이고 속는 거지요.
요즘은 그보다 더 한 것도 속이는데... 그 정도는 그냥 애교로 봐야 겠지요. 솔직히 옷을 받은
시부모들이 그 옷을 며느리가 직접 지었다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어쨌던 옷을 받았으니 며느리가 수고했다고 바느질 삯조로 얼마간의 돈을
신부집에 보내 주는 겁니다.
시대는 변하여 요즘은 서슴없이 예비신부들이 '예단비는 얼마나 보내야 돼여?'라고 공개 게시판에다 질문을
올리게 된 것은 둘째로 치고 '예단비를 얼마 보내면 얼마를 돌려 받기로 했다'고 집안의 1급 비밀을 공공연히 털어 놓으시는 예비신부들도 적지
않다.
'시댁으로 보내는 예단비'는 곧 신부가 시부모에게 지어 바쳤던 비단 옷인 셈이고 '돌려 받는 돈'은 신랑집에서 보낸 옷감
값과 신부의 바느질 삯인 셈이 된다. 요즘은 어느 집이든 옷은 백화점에 가서 사 입으면 되고 바느질이야 동네 세탁소에 보내면 되는 건데,
신랑집이 세탁소집이 아닌 다음에야 며느리 바느질 솜씨를 따져 볼 시부모는 없을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든 세탁소에다 바느질을 맡기든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다. 그래서 요즘은 '예단'이란 것이 곧 '돈(예단비)'으로 바뀐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여 비단 옷이
돈으로 변해 버렸다고 하지만 달랑 수표 한장만 보내기란 예의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수표 한장외에 시부모님의 은수저 각 한벌에다 이불 한 채
정도는 함께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집에선 시부모님 밥그릇(반상기)도 사서 보내는 집도 있다.
여기서
잠깐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예단비를 받는 신랑집에서 다시 신부집에 얼마간의 돈을 줘야 하는데(절대로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 보내는 것은 아님)
그 방법이 문제이다. 어떤 집에선 '아예 갈라 주기 좋게 수표 한장으로 하지 말고 여러장으로 쪼개서 갖고 와라잉'하고 받은 돈(수표) 중에서
일부를 다시 돌려 보내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신부집에서 그걸 받게 되면 '어라 이거 우리가 보낸 수표네...'라고 알아 채면 기분이 별로일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건 절대로 예의가 아니다.
요즘은 워낙 정보통신이 발달한 세상이라서 신부집에서 예단비를 받아 보기도 전에
언제, 누가, 얼마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 쯤은 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단비를 보내오기 전에 신부집에 얼마를 줘야 겠다는 것쯤은 미리 계산을
했을 테니까.
신부집에 보낼 돈은 미리 은행에서 수표로 찾아다가 준비를 해 놓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 신부쪽에서 가져온
예단비는 그대로 고이 받아 챙기고 따로 준비한 신부의 바느질 삯을 줘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출처 : 여성 커뮤니티 Wef (웨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