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예절

우리 고유의 전통 혼례 이야기, 함 들이기

웨딩21뉴스_ 2006. 11. 18. 14:34

 

 

전통혼례의 관습이 사라지고 서구식 결혼이 보편화되었지만 최근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혼례의 절차 가운데 하나가 ‘함’이다. 함은 단순히 신랑 친구들이 신부측에 가서 먹고 마시며 결혼식의 전야제처럼 분위기에 들뜨는 것이 아니다. 본래 ‘함’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결혼을 허락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예로써 올린다는 뜻의 혼서지와 음양 결합을 뜻하는 청홍 비단, 신부를 위한 예물을 넣어 보낸 것을 말한다.

함에 들어 있는 혼서는 여자로서 한 남편만을 섬기며 살라는 일부종사의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신부가 죽을 때 관에 넣어 함께 묻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혼인서약서와 성혼선언문 등이 지금처럼 따로 있지 않았으니 세상에 이것만큼 부부에게 중요한 것이 없었다. 혼인이 성사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서류였으니 말이다.

우리 어머님 세대만 해도 이 혼서지를 어찌나 중히 여겼는지, 장롱 서랍 깊숙이 보관하고 이사를 갈 때는 가장 먼저 챙기고 돌아가실 때는 무덤에까지 함께 넣어 가셨다. 함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서신으로 교환하는 양가의 결혼합의’라고 보면 된다.

 

 

함 보내기 & 함 들이기

요즘은 함진아비를 신랑의 친구가 많이 하지만 원래는 신랑의 친척 중 결혼해 아들을 둔 사람 중에 부부 간 금슬이 좋고 성실한 사람을 골라서 함진아비로 삼는 것이 원칙이다.

함진아비가 함을 지고 신부 집으로 떠나기 전에 먼저 신랑의 부모님께 ‘잘 전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 신랑의 어머니는 함진아비에게 ‘함진아비는 뒷걸음치지 말 것, 함을 절대로 아무 데서나 내려놓지 말 것, 함진아비는 절대로 잡담하지 않도록 할 것’을 꼭 당부한다. 함께 가는 청사초롱은 좌우로 앞서 새 인생의 길을 밝히고, 다음으로 기럭아비가, 그 뒤를 이어 탈을 쓴 함진아비가, 그 뒤를 나머지 사람들이 따른다. 이때 기럭아비가 들고 가는 기러기(기러기는 일부종사를 의미)는 쌍이 아니라 홍실을 단 한 마리여야 하며, 이는 신랑을 상징한다.

함을 받을 때는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 돗자리를 깔고 병풍을 치고 함을 받는데, 상 위에 붉은 보를 깔아 함을 놓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함 받는 자리에 신부가 나와서는 안  되고 신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만 나와 있는데, 이때 장인과 장모의 위치는 방위에 관계없이 남좌여우로 여자가 남자의 오른쪽에 앉는다. 이는 폐백 때도 마찬가지이다.
함의 내용물 넣기

<혼서지>
‘귀한 따님을 며느리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적는 혼서지는 죽어서 무덤에까지 함께 넣어갈 정도로 신부에겐 귀중한 것이다. 두꺼운 한지에 붓으로 정중히 내려쓰며, 봉투는 아래와 위를 봉하지 않고 상·중·하의 위치에 근봉(謹封)이라는 봉함지를 끼운다. 혼서지는 안팎이 검은색이나 안을 홍색으로 대어 세 겹인 겹보로 싸는데, 보에는 붉은 봉술이 네 귀에 달려 있어야 한다. 한자나 한글로 예를 갖추어 날짜, 성명, 간단한 인사말, 며느리로 맞아주심에 대한 감사표시 등의 내용으로 작성한다.

<물목기>
물목기는 채단의 내용과 수량을 적은 것으로, 사주단자와 같은 크기의 한지에 적어 혼서지와 함께 넣는다.

<오곡주머니>
본래 고유의 전통은 아니었으나 토속신앙에 의해 더해진 함 내용물의 하나. 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뜻하는 분홍 주머니에는 목화씨를 넣어서 서북쪽에 놓고, 잡귀나 부정을 쫓는다는 뜻을 지닌 붉은 주머니에는 팥을 넣어 서남쪽에, 며느리의 부드러운 성품을 기원하는 노란 주머니에는 노란 콩을 넣어 중앙에,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파란 주머니에는 찹쌀을 넣어 동북쪽에, 그리고 길한 장래를 기원하는 연두색 주머니에는 향나무 깎은 것을 넣어 동남쪽에 놓는다. 주머니의 내용물은 개수를 홀수로 넣는다.

<청홍채단>
여자의 음기를 상징하는 청색 비단은 붉은색 한지에 싸서 청색 명주실로 매고, 남자의 양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비단은 청색 한지에 싸서 다시 붉은색 명주실로 매어 청채단은 아래에, 홍채단은 위에 놓는다. 명주실은 매듭을 짓지 않고 동심결로 얽어놓고 한지의 위아래를 소통시켜 부부 간의 막힘 없는 화합을 기원한다.
 

 

1  함 가방과 어울리는 컬러의 색감 고운 한지를 바닥에 깐다.
2  토속 신앙에 의해 보태어진 함 내용물의 하나인 오곡주머니는 방향을 고려해 고이 놓는다.
3  붉은 색 한지에 쌓인 청채단을 먼저 넣는다.
4  홍채단을 위에 넣는다. 3, 4 는 부부 간의 막힘 없는 화합을 기원한다.
5  혼서지 함을 덮고 혼서지와 물목기를 넣는다.

 

 

1 안은 청색, 바깥은 붉은 색인 겹보 정중간에 함을 놓는다.
2 봉술이 달린 네 귀퉁이를 잡아 매듭을 짓지 않고 근봉 종이로 감는다.
3 무명끈 30마를 접어 맬 수 있는 형태가 되도록 양쪽 끝을 함 위의 겹보 사이로 통과해 고정시킨다.
4 함을 뒤로 돌려 무명끈의 끝을 리본 모양으로 3번 감아준다.
5 다시 하나로 고정시키고 여분의 무명끈은 함진아비를 따르는 집사가 쥐게 한다.

 

 

함 들일 때의 예절

요즘은 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한복집에서 조언을 얻어 함을 싸지만, 원래 함은 집안 집사의 도움을 받아 시어머니가 싸주셨다. 요즘은 결혼 일주일이나 2주일 전에 함을 들이고 받지만 예전에는 혼례를 치르기 전날에 함진아비가 들고 갔다. 함진아비는 홍색의 포를 입고 얼굴에 오징어로 만든 가면을 쓰는데, 그 유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함을 지고 가는 길에 흉하고 나쁜 것을 보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함진아비는 함을 지고 집 안에 들어서기 전에 바가지를 밟아 깬다. 이것은 첫아들을 낳으라는 기원과 바가지가 깨지는 소리에 귀신이 놀라 물러가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함은 혼주가 되는 신부의 아버지가 받아 시루 위에 올려놓는데, 요즘은 신부의 부모님이 함께 함을 받는다. 함진아비와 신부의 부모는 서로를 향해 절을 하며 예를 갖춘다.

함은 옆에 내려놓고 함을 싼 겹보자기를 벗긴 다음 뚜껑을 연다. 함의 띠와 보자기를 풀어 가장 먼저 혼서지를 꺼내 읽은 다음 함 속에 손을 넣고 채단을 꺼내는데, 이때 청색 종이로 싼 홍단을 먼저 꺼내면 첫아들을 낳는다는 옛말이 있다. 손이나 접시를 이용해 신부에게 시루를 먹이고, 함진아비 일행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면 함 들이기의 절차는 끝난다.

 

 

함 받는 날 옷차림과 화장법

함이 들어오는 날 신부측에서는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함을 가져오는 함진아비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는데 신부는 노랑 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신랑은 한복이나 양복 중 택일해 입는다. 혼서지를 받는 중요한 날이니만큼 신부측 가족은 되도록 한복을 갖춰 입는 것이 좋다. 이날은 신부를 위한 날이니 신부가 가장 돋보이도록 주위 사람들은 가능한 한 튀는 복장을 삼가는 것이 좋다.

신부의 헤어는 한복에 잘 어울리는 쪽머리나 굵게 땋은 댕기머리를 하고 메이크업은 화사한 느낌이 나도록 밝게 하는데, 예식을 앞두고 있으므로 피부에 자극을 주는 진한 화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함진아비는 예전에 혼단령을 입었지만 요즘은 모두 양복을 입은 단정한 모습으로 간다. 신부의 친구들도 정장 스타일로 갖추어 입는 것이 신부의 부모님이나 신랑의 친구들에게 보기 좋다.

 

사진_신승희,자료실. 글_장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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