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랜 전통, 폐백
신부의 집에서 혼례를 마친 후 시댁에 가서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을 첫 대면하며 예를 갖춘 큰절을 올리는 폐백. 폐백은 우리의 결혼 문화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통과의례이다. 흔히들 폐백이라 부르지만 본래 폐백이란 말보다 ‘현구고례(見舅姑禮) ’라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는 우귀일 혹은 다음날 아침, 신부가 시부모와 시댁 친지들에게 처음으로 절을 하는 것으로, 흔히 폐백 하면 떠올리는 장면이 바로 현구고례인 것이다.
폐백(幣帛)이란 시부모님께 예를 올리기 위해 준비해 가는 특별 음식을 가리키는데 한자를 풀이하면 비단, 즉 값진 물건을 의미하여 혼례시 양가에서 주고받는 음식과 선물을 포함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원래 폐백은 대청에 자리를 마련하고 병풍을 쳐 시부모님과 시조부모님 순서대로, 촌수와 항렬에 따라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시부모님께 절을 올리면 시부모는 신부의 치마에 밤과 대추 등을 던져주는데 이것은 자손 번성과 부귀를 기원하는 행동이다.
폐백 음식은 <사례편람>과 <오례의>에 그 내용이 전해지고 있는데 <사례편람>에 밤, 대추, 편포, 포백이, <오례의>에 밤, 대추, 포가 기록되어 있다. 지역과 풍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포와 대추고임, 구절판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시아버지께 드리는 전통 음식 잣대추고임
대추고임은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성케 한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추의 붉은색은 양과 동쪽을 의미해 시아버지에게 바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언약인 밤은 두려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부모를 공경하고 시집살이를 잘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폐백을 받은 후 시아버지가 밤과 대추를 신부에게 던지는 것은 자손을 많이 낳아 번창하라는 뜻이며, 밤은 조상을 잘 모시라는 의미로 던져주었다.
시어머니께 드리는 공경과 정성의 의미 육포
육포는 시어머니께 드리는 음식으로 부모님을 공경하고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포는 시어머니에게 고기 종류를 말려 술과 함께 안주로 드리는데 며느리가 살림하며 저지를 실수를 포용해달라는 부탁의 뜻이다. 때문에 폐백 음식은 모두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정성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닭보다 나눠 먹을 수 있는 육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육포는 결대로 뜬 쇠고기를 양념장에 담가 간이 배면 참기름을 발라 채반에 펴 널어 햇볕에 말려 준비한다. 폭 8cm가량의 다홍색 종이에 근봉(謹封)이라 써서 띠를 만든 다음 준비된 편포 가운데를 둘러 목판에 담는다. 육포 비용이 부담스러울 때에는 편포라 하여 다진 쇠고기를 양념해 두 덩이로 만들어 익힌 것을 써도 무방하다.
구절판
아홉 칸으로 나누어진 목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아 구절판이라 한다. 다식, 정과, 강정, 대추초, 밤초, 율란, 생란, 조란, 어란, 약포, 편포, 대구포, 마른 문어, 전복쌈 등 다양한 음식을 담을 수 있다.
마른안주로 산해진미를 만들어 담으면 다채롭고 호화로워 교자상이나 주안상을 화려하게 꾸며준다. 폐백을 드릴 때는 밤, 대추, 육포, 편포, 폐백닭 등으로는 술안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어른들이 함께 드실 수 있도록 폐백상에 곁들여 배려하는 마음으로 마련하는 음식이다. 저마다의 색상과 모양의 미적 조화와 영양학적 균형에 있어서도 완전함과 충만함을 과시할 수 있다.
근봉 예와 정성으로 만든 음식인 만큼 소소한 포장에 있어서도 아무렇게나 보내선 안 된다. 폐백 음식의 경우 정성스레 보자기로 싼 후 근봉(謹封)이라 쓰인 종이를 끼워 싸매주어야 한다. 청홍 보자기를 이용하며 포는 청색이 겉으로 나오게 싸고, 대추는 홍색이 나오도록 한다.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 이바지
이바지란 ‘정성 들여 음식을 준비하다’라는 뜻의 ‘이바지하다’라는 말에서 왔다고도 하고, 잔치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 ‘이받’에서 파생된 말이라고도 한다. 원래 이바지 음식은 시댁의 사당에서 조상에게 결혼을 고하는 제를 올리기 위해 신부 측에서 온갖 정성으로 마련해 가던 음식이다. 현대에 와서, 신부 측에서 사돈에게 드리는 정성과 인사의 의미가 더해져 사돈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이바지 음식은 친정어머니의 요리 솜씨와 정성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가장 솜씨 좋은 요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풍에 따라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꼭 보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육류와 전, 찜, 밑반찬이 들어가고 12가지의 양념과 산적, 찜, 과일, 한과, 떡, 육회 등이 포함된다. 요즘은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이바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신부 측의 정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꼭 직접 요리한 음식이 포함되도록 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이바지 음식의 경우 시댁 식구뿐 아니라 시댁을 찾은 손님들과 함께 나눠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 댁의 상에 올랐을 때 신부 댁의 정성을 얼마나 깊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꼭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 들인 음식인 만큼 담는 법 또한 중요하다. 플라스틱 그릇은 자칫 성의가 없어 보이고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종이함이나 대바구니이며 도자기 그릇이나 목기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다.
그릇이나 바구니에 담은 후 한지로 한 번 두르고 보자기로 싸서 보낸다. 이바지 음식에 있어 주의할 점은 날것의 음식을 보내는 것은 전통적으로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갈비 세트나 굴비를 보낼 때는 반드시 사전에 시댁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약밥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꿀을 약이라 하여 꿀밥을 약반 또는 약밥이라 불렀다는 설과 먹는 것은 모두 약이라는 약식동원 사상에서 비롯되어 약밥이 밥 중에 가장 약이 된다 하여 약밥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찹쌀과 대추, 밤, 잣 등에 재료들이 달콤한 꿀과 어우러져 간식용으로도 좋지만 든든함이 느껴져 손님 대접시 좋다.
떡 우리나라 잔치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떡은 미감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특성을 지녀 이바지 음식의 기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단자, 절편, 부편, 경단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양이 푸짐해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모듬전 색색의 모듬전은 보는 것만으로도 푸짐한 요리이다. 잔칫상에서 술안주로 인기가 높아 이바지 음식으로 빼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 육류, 어류, 채소 등의 색을 고려해 다양하게 선택하되 시간이 지나도 물이 생기지 않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갈비찜 한우고기를 사용해 밑간을 한 다음 갈비찜을 만든다. 갈비의 경우 날것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예의에 어긋난 것이다.
해물찜 꼬치 새우, 전복, 홍합,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갖은 야채를 넣어 달인 맛간장으로 졸여 꼬치에 끼운 해물찜 꼬치는 손님들에게 귀한 음식으로 느껴지며, 음식상 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요리|김태련(하나원 2278-7117) 그릇|광주요(3446-6543)
참고도서|〈전통혼례음식〉(김덕희 지음, 광문각 펴냄)
사진|안형준 에디터|이은경
결혼전문지 Wedding21
발췌: 신세대 결혼전문지 Wedding21
출처 : 여성커뮤니티 웨프(W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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