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동화, 결혼의 진실
독신들은 결코 모를 결혼 이야기
독신들은 결코 모를 결혼 이야기
빛나는 하루를 회색 같은 일상으로 바꾸어버리고, 생활에 발목잡히며, 흥미로운 하루를 지루하게 바꾸어놓는 결혼.
독신주의자들의 의기양양한 생각을 뒤엎는 결혼에 숨어 있는 진실은 따로 있다.‘ 결혼도 못해본 바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같은 이야기.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정말로 재미없는 동화가 아닌가? 나는 그렇게 믿었다. 새 종교를 창시한 교주처럼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생활에 발목이 잡혀 살아야 하는 결혼에 반대해.
오히려 토요일 한낮의 낮잠이 더 아름답지.”많은 이들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왜 결혼하지 않아?”하고 물어오면,“ 넌 왜 결혼했는데?”라고 반문했다. 돌아오는 대답들은 지난날 어머님이 해주신 이야기처럼 낡고 힘이 없었다.
“ 늙어서 혼자면 추해진다고….”난 낄낄거리는 질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건 19세기 사람들이 퍼뜨린 근거 없는 미신이야.”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주변의 많은 이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독신에 항복을 선언한 그들을 패배자라고 불렀다. 한잔 술에 취해 결혼 생활의 지루함과 후회를 털어놓는 친구들을 보며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독신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던 어느 날, 옆 자리의 누군가가 내 귀에 속삭였다.“ 결혼도 못해본 바보.”당황하며 돌아보자 그가 말했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일들을 만들기 시작하지.
그들은 너무 행복하기에 누군가에게 자랑하는 것조차 잊어버려.” 비밀이 있다고? 누구보다도 결혼한 이들의 삶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고? 난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귀엔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결혼도 못해본 바보….”불면의 밤에 시달리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결혼이 무엇인지 알아보리라.’
서점에서 찾아낸 한 권의 책엔 결혼에 관한 이런 구절이 있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속박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시릴 코널리라는 인물의 결혼에 대한 변은 설득력이 없었다. 가끔은 나처럼 속박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사랑에 실패한 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걸작을 발표했고, 사촌 여동생에게 청혼했다 버림받은 고흐는‘해바라기’를 그렸다. 세상엔 결혼의 해악(!)을 설파하는 명언은 있어도, 결혼 예찬은 찾기 쉽지 않았다. 결혼은 사랑과 행복, 아름다움이 가득한 낭만이 아닌, 머리 아픈 실존의 문제일 뿐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예상치 않았던 낯선 장소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결혼이 가진 비밀한 이야기를 알아냈나?”난 자신 있게“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고, 그는 빙그레 웃으며 물어왔다.“ 이봐 친구, 자넨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나?”“빛나던 하루를 회색 같은 일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지.
”한동안 침묵에 빠져 있던 그가 잠시 후 고개를 들고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건, 호기심 가득히 설레던 하루를 잃어버리는 것이지. 하지만 그 나머지 평범했던 모든 것들을 놀라운 무엇인가로 만들어 주는 것이야. 이불을 끌어올리게 만들던 자명종 소리 대신, 사랑하는 이의 음성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
늘 먹던 밥에서 누군가의 정성을 느끼는 것. 아침 출근길 수천 번도 넘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던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돌봐주는 것. 아이들의 얼굴에서 자기 모습을 보고, 잊고 있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우울함보다 아이들이 자란다는 흐뭇함을 깨닫는 것. 눈가의 주름살을 보며 같이 주름이 늘어난 옆 사람에게 고마움을 갖는 것.
결혼은 그런 것이야.”
그는 마지막 말을 덧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는 노는 것에 빠지면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음성이 듣기 싫어지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어머니가 아이를 보호하고 가르치며 자라게 해준다는 거야. 결혼이란 아이의 어머니 같은 것이 아닐까? 자네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라네.”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그가 떠나고 난 한참 후까지도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글|김태훈 팝 칼럼니스트인 김태훈은 SBS 라디오‘잠 못 드는 밤 김태훈입니다’를 진행했고 현재 팀블로그 mmnm.tistory.com을 운영하고 있다. 특유의 리얼 화법이 녹아 있는 연애 수필 <내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를 펴냈고,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연애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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