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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혼수 태클

웨딩21뉴스_ 2006. 11. 18. 14:43

 

 

 

남자다움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부르짖는 마초맨들을 볼 때마다 감성의 코드가 맞는 새로운 종족이 하늘에서 떨어지길 기대하곤 했다. 백화점을 몇 시간씩 돌아도 전혀 싫은 기색 없이 준비된 자세로 쇼핑에 임해줄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재를 보면 함께 흥분하며 그것을 향해 질주해줄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수컷들 말이다.

그런 남자란 게이밖에 없다는 주변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인내하며 그런 남자를 기다려왔는데 일장일단,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무관심으로 해석해 “이 결혼, 나 혼자 해?”라고 받아치며 싸우던 시간 대신 “벽지 패턴과 이 컬러가 안 어울리잖아. 홈시어터는 소니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침실은 셰비 시크 스타일로 꾸미는 게 어때?”라는 남자의 잔소리에 한숨 쉬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혼수 구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남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혼수 구입 시 동행하여 여러 가지 가이드를 제시해주던 친정어머니의 자리를 예비 신랑들이 점령하기 시작한 것. 우유부단하고 무관심한 태도에 비해 무엇이든 함께 고민해주는 자상함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꼼꼼한 것 역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법이다.

결혼은 사랑뿐만 아니라 밥통, 세탁기, TV, 그리고 심지어 스푼과 쓰레기통까지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건 하나하나를 고를 때마다 신랑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 혼수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은 피곤할 수밖에. 밥통 구입 시에는 밥통 크기만큼, 세탁기 구입 시에는 세탁기 크기만큼 신경전을 벌여야 하니 말이다. “나한테 무언가를 적은 메모를 전해주더라고.
혹시 시댁에서 예단 리스트를 작성해준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펼쳐보니 글쎄 남자친구가 적은 혼수 품목별 브랜드 리스트인 거 있지. 홈시어터는 소니, 오디오는 뱅앤올룹슨, 냉장고는 디오스라는 식으로 적어놓은 거야. 자기가 선호하는 브랜드라나? ” 결혼을 앞둔 친구 A는 그 메모가 예단 리스트만큼이나 부담스러웠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고로 여자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커튼 사이에서 짠 하고 모습을 나타나면 예비 신랑들은 으레 휘둥그런 눈으로 감탄이 서린 표정을 지으며 “너무 아름다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 등등의 닭살 멘트를 날리는 것이 일반적인 그림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러한 멘트 대신 날아온 한 마디는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그 웨딩드레스는 네 체형과 안 맞는 것 같아. 넌 아랫배가 나왔으니 네크라인과 소매 장식이 화려한 걸로 체형을 커버하는 게 어때?”

혼수에 사사건건 태클 거는 이러한 태도에 여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남자들도 할 말은 있다는 태도다. “사실 주택 마련은 보통 남자들의 몫이잖아요. 그러니 자신이 꿈꾸는 공간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비용적인 측면에서 혼수에 대한 여자들의 부담감보다 주택 마련에 대한 남자들의 부담감이 큰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이러한 관심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두 사람이 함께 살 우주를 혼자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스러움을 남자들이 같이 떠안아주겠다는 반가운 신호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지. 수십 가지의 기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를 사놓고도 오토 기능만 간신히 사용하는 기계치의 경우, 제품 사양을 차분히 챙기는 예비 신랑의 안목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디자인에 혹해 기능성을 간과하는 흔히 겪는 실수도 남자들의 철저한 분석에 의해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니 아름다운 결혼 생활을 직접 디자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쇼핑 장소에 자진적으로 출두(?)하는 남자들을 이젠 반갑게 맞아보자. 결혼해서 가계부 검사하자고 덤빌 것 같은 쪼잔한 남자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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