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예절

[인터뷰] 알루 청담점,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민경 원장

웨딩21뉴스_ 2022. 8. 23. 19:00

2001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해 어느덧 22년. 신랑신부 메이크업부터 유수의 웨딩 화보에 각종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까지.

여러 방면의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부지런한 베테랑, 알루 청담점의 박민경 원장을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결혼과 예식, 메이크업에 관한 이야기.

사진 : 알루 청담점,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민경 원장


Q. 근황부터 들어볼까요?

A. 웨딩드레스 룩북이나 스튜디오 샘플 같은 화보 제작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원래 웨딩은 시즌과 비시즌이 나뉘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작년과 올해에는 그 경계가 모호해져서 사라지다시피 했어요. 그래서 살롱 일과 외부 화보 작업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Q. 21년 전, 메이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궁금해요.

A. 실질적으로 일을 시작한 건 21년 전인 2001년이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죠.

친구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 저는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다니는 식으로요. 일찍부터 길을 정하고 목표만 향해 달렸어요. 너무 예전이라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 도전해볼까’가 아닌 ‘해야겠다’는 확신으로 출발한 것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해요. 

Q.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자질은 뭘까요?

A. 이 질문은 같은 일을 하는 친구나 후배들과도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예요. 저의 답은 한결같이 ‘센스’예요. 노력과 공부로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타고난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A. 왜냐하면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잖아요. ‘내가 이걸 따라가야지’라고 생각하면 이미 늦는 거예요. 내가 애쓰지 않아도 트렌드 안에서 속도에 맞춰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감각이 필요하고, 그걸 접목하는 기술도 필요해요.

그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저것도 해봐야지’ 생각하고 따라가면 이미 늦어버리거든요. 그래서 감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 감각과 기술을 신부의 개성에 맞춰 적용하는 거군요.

A. 맞아요. 또 저는 연차가 오래돼서 머릿속에 담고 있는 데이터가 아주 많아요. 사람의 얼굴은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눈썹 모양만 해도 여러 가지 유형이죠.

그런데도 제가 22년 동안 만져본 얼굴 안에 모든 데이터가 녹아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정보를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거예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 덕분이죠.

Q. 여러 분야 중 웨딩 메이크업을 택하신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A. 저는 집중해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몰입하고 생각하면서 하는 작업을 즐기는 사람인지라, 속도감이 필요하고 빠르게 마쳐야 하는 일은 잘 안 맞아요.

예를 들면 패션쇼처럼 마감이 짧은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죠. 디테일을 살리고 집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요. 물론 웨딩 작업에도 제한 시간이 있지만, 비교적 작업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 완성도가 중요해요.

그리고 생각을 거듭하며 고심해야 하죠. 꼼꼼하게 디테일을 살려 공을 들일 수 있다 보니 제 성향과 아주 잘 맞아요. 저만의 이 속도감도 굉장히 마음에 들고요. 

Q. 메이크업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도 알고 싶어요.

A. 명확한 기준이 있어요. ‘신부가 자신을 봤을 때 제일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거예요. 당사자가 자기 자신을 봤을 때 여태 본 모습 중 오늘이 제일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은 거죠. 신부 메이크업을 할 때는 늘 이 생각을 하며 작업해요.

Q. 웨딩 메이크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A. 어쨌든 ‘웨딩’이 콘셉트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부드러워 보여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둬요. 요즘에는 각자의 개성이 강조되고 다양한 분위기의 신부들을 만날 수 있지만, 부드러워 보여야 하는 건 변함없는 것 같아요. 

Q. 본식 날, 메이크업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지만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는지, 어떤 느낌의 신부가 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해요.

키워드를 명확히 알려주면 제가 포인트를 살리며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릴 수 있거든요. 또, 커버하고 싶은 단점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요. 충분히 메이크업으로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면 신부 스스로 원하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을 파악하시길 권해요.

Q. 메이크업 담당자를 잘 고르려면요?

A.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내가 평소에 어떤 색 립스틱을 잘 바르는지라도 알고 있으면 그 색을 잘 뽑아내는 아티스트가 있는 숍을 선택할 수 있죠.

사실 숍을 보는 것보다 아티스트를 보는 게 훨씬 정확하고요. 어쨌든 숍이나 아티스트를 잘 택하려면 본인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물을 만들려면 대화 속에서 키워드를 뽑아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면 스무고개 하듯 맞힐 수밖에 없거든요. 그 과정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많이 파악하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느 쪽 얼굴이 더 예쁜지, 어떤 색이 잘 받는지 같은 것들요.

Q. 웨딩 업계에 오래 계시며 생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A. 한 집안의 결혼을 제가 다 진행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인연이 그렇게 끝까지 가게 될지 몰랐는데 말이에요.

처음에 첫째 딸의 결혼을 맡고, 그다음에 둘째 딸의 결혼, 또 이어서 막내아들의 결혼까지 담당한 거죠. 그러는 와중에 첫째 딸이 아기를 낳아서 돌잔치와 부모님의 환갑, 칠순까지 함께하며 한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담당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진짜 가족 같더라고요. ‘저희 아기가 결혼할 때까지 메이크업하고 계셔야 돼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따뜻하고 기분 좋았어요.

Q.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욕심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결혼한 지 10년 차거든요. 결혼 당시에도 저는 업계에 있었고, 매일 보는 게 웨딩에 관련된 것들이다 보니 ‘대충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젊었고, 제일 예쁜 순간이었더라고요. ‘나중에 리마인드 웨딩을 하면 된다’는 생각도 했지만 리마인드는 리마인드고, 느낌이나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장시간에 걸쳐 준비하는 프로젝트라 지칠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은 돌아오지 않으므로 욕심을 내는 게 맞아요. 공을 들여도 아쉬운 부분이 생기는데, 후회되는 요소를 줄이려면 그 순간에 집중해야죠. 

Q. 이제 마지막 질문인 ‘앞으로의 꿈과 목표’를 들어볼 차례예요.

A. 예전에는 큰 포부를 드러냈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지어내기도 하면서요. 지금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요.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는 거예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더욱 끝까지 가고 싶어요. 주변에도 농담처럼 하는 얘기인데, 저는 손 떨기 직전까지 일하고 싶어요.

​​​​​​​나이를 먹고 육체적으로 노화하면 못할 수도 있잖아요. 손님들한테도 자주 말해요. 손 떨기 전까지 쭉 하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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